무권한 사진촬영으로 인한 사생활 침해의 형법적 보호 : 독일 형법 제201조a의 입법
Strafrechtlicher Schutz vor unbefugten Bildaufnahmen : § 201a im deutschen StGB
박희영(법학박사, 독일 막스플랑크 국제형법연구소 객원연구원)
Ⅰ. 들어가는 말
오늘날과 같은 정보화 사회에서는 타인의 사진을 찍어서 쉽게 전송할 수 있는 웹캠, 스파이캠, 카메라 폰(카메라가 장착된 휴대폰), 디지털카메라 등 새로운 촬영장치의 등장으로 타인의 초상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 소위 몰래카메라로 침실이나 탈의실, 사우나장, 화장실, 찜질방 등에서 개인의 사적인 활동들을 비밀리에 촬영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사진을 촬영하거나 촬영된 사진을 유포하는 경우 그 기술적 비용은 날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고, 나아가서 인터넷상에서 실시간으로 유포될 수도 있어, 초상권 침해는 물론 사적 생활의 침해 위험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종래 그 피해자는 소위 파파라치(Paparazzi)들의 촬영대상인 유명 연예인들이나 명사들이 중심이었으나, 지금은 이에 한정하지 않고 일반인에게까지 이르고 있다.
오늘 날 거의 모든 국가는 이러한 문제상황에 직면해 있다. 국제적으로 문제가 된 사건으로는 1997년 영국의 다이아너 비(妃)가 교통사고 현장에서 사망한 사진이 미국에서 출판되어 센세이션을 일으킨 적이 있으며, 최근 독일의 황색언론들에 의해서 모나코의 카롤리나 공주의 사생활을 담은 사진이 폭로되어, 피해자가 독일 정부를 상대로 유럽인권법원에 제소한 사건이 있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문제들이 저작권법 내지는 민법영역에서 초상권 침해의 문제로 주로 논의되어 왔다. 하지만 초상권 침해는 물론 개인의 사적 생활영역이 사진촬영으로 인하여 침해되는 경우 기존의 형법은 어떠한 규정을 두고 있는가를 검토하는 것은 상당히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된다. 만일 손쉬운 사진촬영으로 인하여 개인의 사적 생활영역의 침해에 기존 형법상 결함이 있는 경우 이러한 침해행위를 새로운 범죄로 규정하여 형법전에 편입시킬 수 있는지가 문제로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상황들에 대처하기 위하여 독일은 지난 해 제36차 형법개정법을 통하여 사진촬영으로 인한 고도의 사적 생활 영역의 침해란 새로운 형벌구성요건을 형법 제201조a에 도입하였다. 이러한 형벌구성요건의 도입을 두고 수많은 입법안이 제출되었으며, 이 규정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많은 논의가 진행되어 왔다.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많은 문제점들이 노정되고 있으며 일정부분은 판례의 과제로 남겨두고 있다. 비교법적으로 미국 및 유럽의 여러 국가에서는 이미 이와 유사한 규정을 가지고 있는데 비해서 독일은 조금 늦은 감이 없지 않다.
본 논문은 이러한 규정의 도입배경과 개별구성요건들을 둘러싸고 현재 진행되는 논의상황들을 살펴보고, 우리의 형법적 상황에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살펴본다.
Ⅱ. 형법 제201조a 도입 이전의 논의 과정 |
독일 형법에 무권한 사진촬영으로 인한 사생활 침해에 대한 보호규정이 도입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무권한 사진촬영(Bildaufnahme)의 문제가 독일 형법사에서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다. 1970년 이미 미술 및 사진 저작권법(Kunsturheber- gesetz)에서 초상권에 관한 규정을 두었으며(동법 제22조 및 23조), 동법 제33조에서 형사처벌 규정을 두고 있었다. 이 규정의 입법이유를 보면, 그 당시 권한없이 사진을 촬영하는 사례가 많이 발생하였으나, 이러한 사례를 기존의 법률규정이나 민법 또는 형법으로 포섭하기가 어려웠다. 그러한 대표적인 사례로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수영복 입은 부인의 사진촬영 사건이고, 다른 하나는 비스마르크의 시신을 사진촬영한 사건이다. 전자의 경우는 젊은 부인이 독일 북해 해변가에서 수영복을 입은 채 임의로 사진에 촬영되어 그 사진이 일반인들에게 유포된 것이다. 제국법원은 1898년 권한없이 임의로 사진을 찍은 피고인을 형사처벌하기 위해서 모욕죄를 적용했다. 후자의 경우는 비스마르크의 시신이 보관되어 있는 방에 몰래 들어가서 사진을 촬영한 사건인데, 이 피고인에 대해서는 주거침입죄를 적용했다.
그 후 1971년 이와 대응 규정이라 할 수 있는 스위스 형법 제179조의 4를 모범으로 한 형법 선택초안에서 이 문제는 다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선택초안의 작성자들은 다음의 견해를 가지고 있었다. 기술의 시대에 시민들의 자유영역에 있어서 이러한 사생활 침해행위는 중대하고 위험한 위협이 되고 있으므로, 이로부터 시민들은 법적 수단을 통하여 최대한 보호되어야 한다. 선택초안에서 제안된 규정은 권한 없는 도청과 촬영을 동일한 것으로 보았다. 왜냐하면 두 가지의 침해는 그 유형이나 비중에 있어서 동일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제안에 따르면 승낙없이 타인을 그의 사적 영역에서 촬영하거나 중계하는 자 또는 제삼자 또는 그의 사적영역으로부터 고도의 사적 생활영역의 유지청구권을 침해하여 사진을 촬영하거나 중계하는 자는 처벌하도록 되어 있었다. 또한 이렇게 제작한 사진 등을 제삼자에게 접근이 가능하도록 제공한 자도 처벌하였다.
이에 대해서 1962년 공식 초안은 이 규정을 중요하다고 보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러한 보호는 부수형법이나 민법을 통하여 충분한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었다. 그리하여 형법 대개정과 관련하여 1974년 형법전 시행법도 이와 관련한 구성요건을 두지 않았다. 그 이유는 그러한 규정의 도입이 절실하지 않았고, 당시의 입법작업은 이 문제에 계속 매달릴 수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가 심각하게 여겨지지 않아서, 시간상의 이유로 이 시점에서 만족할만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은 것으로 보았다. 하지만 일부 형법학자들이 이러한 구성요건의 창설을 요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형법 각론상의 수많은 현안문제들 때문에 더 이상 이 문제를 진행시킬 수 없었다고 한다.
<문 내용은 첨부 파일 참조>
<본 자료는 박희영 연구원님께서 법제처 월간법제에 기고해 주셨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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